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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수백통의 이메일, 끊임없이 올라오는 소셜미디어의 피드들,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계속 따라다니면서 봐야 하는 웹사이트, 연결된 친구에 의해 전달 받는 정보들을 읽다 보면 내가 무엇을 하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고, 무슨 일을 하던 중이었는지 잊어버릴 때가 있다. 이제는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통해서 다시 스스로 정보의 바다에서 익사한다. 우리는 이를 정보 과잉, 소셜 과부하 등의 이름으로 부르면서 지금 살아가야 시대에 겪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멍에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클레이 존슨은 정보 과잉이나 오버로드가 아니라 다 우리가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고 하는 정보 과소비에 의한 정보 비만 증세라고 진단한다. 더군다나 몸의 비만 처럼 안 먹어도 되거나, 나쁜 음식을 과다 섭취하듯이 안 읽어도 되고 때로는 우리에게 나쁜 정보를 자극적이고 중독적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과다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다시 우리가 어떻게 건강한 정보를 습득해서 정보 균형과 올바른 판단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원제는 정보 다이어트다.

저자는 자주 몸의 비만과 정보의 비만이 어떻게 유사성이 있는 지 얘기한다. 수 많은 다이어트 책과 식품의 성분과 영양표시가 실제 다이어트에 도움이 안되고 균형잡힌 식생활이 중요하듯이 어떻게 정보 다이어트를 실천해 나갈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클레이 존슨은 자신이 경험했던 하워드 딘의 선거 캠프에서 겪었던 쏠린 정보의 취득과 확신에 의한 인지부조화나 확증 편향 (Confirmation bias) 문제를 통해 현실 변형 장애를 느낀 후 우리가 얼마나 한 쪽의 정보만을 편식하는 가를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이지만 폭스 뉴스나 MSNBC가 보수와 진보의 입장을 철저히 대변하여 우리가 그룹 편향성에 빠지게 한다고 얘기한다. 허핑톤 포스트나 AOL은 지속적으로 사람들이 낚아질 자극적이고 달콤한 뉴스를 쏟아내면서 우리에게 나쁜 정보를 제공하는 현실을 비판한다. 우리나라 상황과 다를게 없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은 사람들‘이나 앨리 패리서의 ‘생각 조종자들‘에서 (이 책 저자가 왜 국내에서 앨리 프레이저라고 되어 있는지 난 모르겠다) 얘기했던 뇌의 가소성에 의한 생각과 행동의 변화나 필터 버블 안에 갖혀있는 사람들의 얘기를 다시 이 책에서도 논한다.

흥미로운 것은 6장의 ‘정보 비만의 증상’에서는 정보 비만이 신체 비만, 무호흡증, 시간 감각의 결여, 주의력 피로, 사회적 다양성의 상실, 왜곡된 현실 감각, 브랜드 충성도 등의 증상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뭔가 뜨끔하지 않는가? 그렇게 온라인에서 애플빠와 안드로이드 빠의 싸움이 어쩌면 우리가 정보 폭식, 편식에 의한 비만 증세라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책이 이런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현상을 학술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책은 아니다.

“정보다이어트에서 중요한 것은 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바르게’ 소비하는 것이다’ (168쪽)

이를 위해 정보 채식주의라는 용어를 도입한다. 의식있는 소비, 계획, 정련된 기술을 요구하는 정보 채식주의는 높은 데이터 이해력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가 어떤 주제에 관심있다고 하면 그 것을 보도한 뉴스만이 아니라 실제 법안, 실제 데이터, 원 출처를 찾아 봐야 한다.

너무 자주, 우리는 정보를 피라미드의 바닥이 아닌 맨 꼭대기에서 얻고, 그 결과 선별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 (177쪽)

사실 이 귀절은 내게도 몇 번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 너무 잘 모르는 블로거나 뉴스 매체 등에서 한 번 거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하거나 남들에게 내 입장을 주장하지 않았는가? 하고 반성하게 만들었다.

데이터 이해력을 높이기 위해서 저자는 네 가지 능력을 높이라고 주문한다: 검색, 여과, 생산, 종합. 또한 주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의지력, 측정, 제거, 훈련의 네 가지 측면을 제시한다.

  • 의지력: 책의 네 페이지도 집중해서 읽지 못하는 요즘 상황에서 집중하려고 노력하자 (난 어제 밤에 이 책의 1/2을 읽었다)
  • 측정: 내가 어떻게 컴퓨터를 쓰고 무엇에 집중하는지 측정할 소프트웨어를 사용해도 된다
  • 제거: 모든 알림에서 해방되자. 필요하면 계정을 하나 더 만들어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모든 소프트웨어에서 벗어나자
  • 훈련: 5분 마다 페이스북은 안하는 시간에서 조금씩 늘린다. 이메일은 안하거나, 트위터는 안하는 시간으로 잡아도 된다.
  • 또 정보 소비보다 정보 생산에 투입하는 시간을 늘리는 방법도 좋다. 난 이 책을 읽은 후 일단 온라인 친구들 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내가 하루에 그 업데이트를 체크할 중요성이 있는 사람들 부터, 제일 그렇지 않은 사람들까지. 그러다 보니 정작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사람들의 글은 그다지 업데이트가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읽지 않아도 되는 포스팅 안에서 중요한 것을 찾기 위해 그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클레이는 정보의 사회 비만을 얘기한다. 나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은 비만을 전파하듯이 남들도 그렇게 만든다는 점이다. 결국 가치있는 정보 소비를 노력함으로써 그런 정보가 우리 사회에서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이를 통해 자극적이고 패스트 푸드 같은 정보 소비 규모를 사회적으로 줄여나가는 노력을 같이 하면 결국 그 들이 변할 것이라는 긍정적 사고를 제시한다. 네이버의 각종 찌라시 뉴스 헤드라인을 우리가 클릭 안하고 버티는 의지력을 갖춘다면 한국이 언론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한 번 해 보고 싶지 않은가?

    여기에는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강조한다. 이 시대는 언론인이 아닌 프로그래머가 가장 뛰어난 지식인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소비자들이 어떻게 하면 광고에 클릭할 까 하는 문제에 매달려서는 안된다고 얘기한다. 프로그래머들이 나서서 원천 데이터를 찾아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프로그램이나 사이트를 만들어서 제공하자고 한다.

    사실 이 책은 어려운 학술서도 아니고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교양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본인의 경험과 우리가 최근 10년동안 느껴왔던 많은 것들을 바탕으로 우리 정보 생활을 다시한번 돌이켜 보고 어떻게 하면 균형있는 식단을 짜고 건강한 섭취를 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하고 행동하자는 책이다. 많은 사람들이 실천할 수 있는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행동할 수 있도록 만드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참고]

    1. 이 책의 저자와 그의 information diet에 대한 추가 정보는 http://www.informationdiet.com 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 저자 CNN 인터뷰 전문은 역자인 김상현님의 블로그 http://stalbert.tistory.com/695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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