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책읽는 즐거움] 야성적 충동 –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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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커로프 교수는 1970년 ‘레몬이론’이라는 논문을 통해 정보의 비대칭성이 가져오는 심리적 오류에 의한 이론을 통해 정보경제학, 행동경제학의 초석을 다진 학자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2009년 출간된 이 책은 경제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 다만 전통적인 경제학으로는 지금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거 우리가 겪었던 많은 경제적 문제와 현상을 파악하거나 해석할 수 없음을 밝힐 뿐이다. 앞장에 첨부된 장하준 교수의 추천사에도 신자유주의적인 시장만능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책으로 소개하고 있다.

경제학의 아마추어인 나 같은 사람은 차분히 집중하고 읽지 않으면 이해가 좀 어려운 부분이 많은 책이지만, 결국 그 출발점은 책에서도 맨 앞에 삽입한 케인즈의 명저 중에 나온 문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적극적인 활동의 대부분은, 도덕적이거나, 쾌락적이거나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수학적 기대치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만들어낸 낙관주의에 의존하려는 인간의 불안정성이 판단과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 인간의 의지는 추측컨대, 오직 ‘야성적 충동’의 결과로 이루어질 수 있을 뿐이며, 수량적인 이익에 수량적인 확률을 곱하는 식의 계산적 이해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책은 8가지의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인 의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면서 왜 인간이 갖는 야성적 충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가를 설명하고 있다. ‘야성적 충동’이라는 것은 자신감, 공정성, 부패, 화폐 착각, 이야기 라는 우리가 갖는 현실적 동기들이며 여러 진화심리학이나 진화생물학자들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판단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정들이다. 물론 그 들은 또 다른 용어로 설명하고 있지만, 경제학자에게는 그러한 인간의 근본적인 특징을 경제 용어로 재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왜 불황이 발생하고, 중앙은행이 실질적인 힘을 가지고, 비자발적인 실업,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이 반비례하는 이유, 저축의 편차가 심하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심하며, 주택시장의 변동이 큰 주기를 갖는 이유, 소수계의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 대부분에 야성적 충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 아주 분석적이거나 과학적 근거가 뚜렷하게 제시되는 편은 아니고, 여러 학자들이 연구를 제시하면서 기존 주류 경제학으로 설명을 못하는 것을 이러한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함을 제시하는 수준의 책이다. 적어도 공학을 전공한 사람의 눈에는 많은 지표 제시와 데이터가 인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말 그렇구나’ 보다는 ‘그럴 수가 있겠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저자 역시 이 책이 ‘구체적인’ 해답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앞으로 이러한 영역에 대한 깊은 논의와 구체적인 이해가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 시간이 없는 사람은 14장 결론만 읽어도 이 책의 기본 줄기를 이해할 수 있다.

최근 들어와서 이런 비주류 경제학 책들이 많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또는 노벨상을 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직도 사람을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 이성적 동물로, 경제적 동기만이 경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주류 경제학이 경제학의 기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많은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아마 그렇게 배워왔고, 그런 모델 밖에 갖고 있지 못하고, 그렇게 가르칠 사람 밖에 없어서 그런 것인지 모르겠다.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우는 뇌간에 의한 동물적 판단이 인간에게 매우 중요한 의사결정을 이루게 한다는 생물학자나 인류학자들이 보면 당연한 얘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아니라고 주장해온 경제학자들이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오히려 의아할 뿐이다.

이 책을 읽고 다음으로 손에 든 책은 2010년에 애커로프가 낸 ‘아이덴티티 경제학’이다. 내가 경제학에 대해 자주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아마도 내 노후의 문제를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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