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칼럼

소셜네트워크에서 ‘나’는 누구인가?

이 글은 LG전자의 공식 블로그에 기고한 글입니다.

구글 플러스는 소셜네트워크가 아니라 아이덴티티 서비스다.’ 2011년 8월 NPR과 인터뷰에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이 한 말이다. 마크 주커버그는 데이비드 커크패트릭이 쓴 ‘페이스북 이펙트’라는 책에서 ‘우리는 하나의 아이덴티티만 가져야 한다’라는 얘기를 세 번이나 강조했다고 한다. 두 개 이상의 정체성은 진정성의 결여라고 주장했다.

유명 저널리스트인 제프 자비스는 우리에게는 두 가지의 아이덴티티가 있을 수 있다고 그의 블로그에서 주장한다. 흔히 얘기하는 직장에서, 가정에서, 친구 사이에, 파티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정체성이 아니라 우리 본연의 내부에서 자신이 아는 자기의 모습과 남들이 보는 모습 두 가지를 얘기한다. 심리학자이면서 철학자인 조지 허버트 미드는 이를 ‘I’와 ‘Me’로 구분하기도 했다. 즉 프로이드가 말한 에고는 ‘I’이고 ‘Me’는 내 주변의 사람들이 인지하는 나의 모습이다.

철학적 주제인 ‘자아정체성’을 떠나서 우리가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나의 모습은 ‘개인 정체성’일 수도 ‘사회적 정체성’일 수도 ‘그룹 정체성’일 수도 있다. 이는 기본 적으로 ‘실명’을 기준으로 하는가 아니면 ‘익명 또는 필명’을 기본으로 하는 가에 따라 그 출발선이 달라질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 플러스, 카카오스토리 처럼 실명을 기반으로 하는 경우는 실 세계의 나와 나의 친구, 실제 관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나의 모습은 실제의 나를 기반으로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즉 ‘가상의 나’의 모습이 ‘실재의 나’와 차이는 있으나 그 간격이 크게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내 친구들의 실 세계에서 바라다 보는 나의 모습을 대부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는 쉽게 부풀려진 나의 모습이나 내가 지향하는 모습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그것이 나의 자존감을 올리고, 남들에게 관심을 받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미투데이와 트위터처럼 얼마든지 익명 또는 필명을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에서는 내가 만들어 가는 ‘가상의 나’의 모습이 나의 온라인 정체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내가 원하는 ‘상상의 나’ 또는 ‘만들어진 나’를 형성해 나가기도 한다. 이 경우에는 내가 원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 또는 완전히 다른 또 하나의 ‘새로운 나’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위대한 개츠비’ 처럼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 내고 사람들이 많은 기대와 루머를 양산하게 하든, ‘리플리’ 처럼 완전히 다른 인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곳이 소셜 공간이지만, 중요한 것은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가 하는 점이다.

에고 트릭’을 쓴 줄리언 바지니는 자아는 지속적으로 일관되는 심리 상태이지만 항상 변화하고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의 묶음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특정 기간 동안 지속성을 가지면서 유지되는 일관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보이는 정체성은 파편화되고 신뢰 받지 못하며 정신 분열적 증상일 뿐이다.

소셜네트워크에서 내 마음의 심연에서 바라다 보는 나 자신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든, 남과의 관계 또는 사회적 환경에서 보여주고 싶은 나를 표현하든, 전혀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만들어 나가든 그 것은 개인의 자유일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를 통해 관계 형성을 만들어 가고 타인과 교류를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러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당신을 ‘친구’로 맺은 사람들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온라인 친구들이 생각하는 당신의 정체성이 바로 당신이 노력해서 이루어 내 ‘부풀려진 가상의 정체성’이더라도 사람들은 바로 그 ‘사람’과의 교류에 행복해 하고, 가치 있게 생각하고, 마음 설레면서 ‘좋아요’를 누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소셜네트워크에서 보이는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몇 개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고 있거나 표현할 수 있는가?’, ‘다중의 아이덴티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이를 쉽게 관리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주제는 소셜네트워크의 진화에 있어서 계속 주어질 과제이다.

앞으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자 하는 몇 개의 정체성을 쉽게 형성하고 이를 관리하며,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그에 따른 포스팅을 제어할 수 있도록 진화할 것이다. 2011년 SXSW 컨퍼런스에서 발표된 소셜 네트워크 사용자 권리 장전에 이런 요구가 들어간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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