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이슈

하이퍼 커넥티드, 하이퍼 커뮤니케이션, 하이퍼 퍼블릭 사회

최근 몇 개월 동안 정보화진흥원 의뢰로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수행했다. 미래 IT 기술이 가져올 정보 문화의 변화를 가늠해 보는 연구이고, 이를 위해 사회학 전공자 뿐만 아니라 평소 교류를 많이 하는 이경전 교수, 정지훈 교수, 정철 교수와 함께 논의하면서 과제를 마쳤다.

이 과제를 통해서 내가 예측해 보는 사회적 변화의 키워드는 크게 세가지 ‘하이퍼’ 이다. 하이퍼 커넥티드, 하이퍼 커뮤니케이션, 하이퍼 퍼블릭 사회로 개인과 사회의 정보 문화가 진화하는 중이고 앞으로 그 변화는 점점 더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얼마전 내한한 가트너의 ‘모렐로’ 부사장 역시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의 도래를 역설함으로써 내가 보는 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과 사람의 연결에서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람과 기업, 조직이 끊임없이 연결되어가는 사회가 바로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이다.

하이퍼 커넥티드의 개념은 새롭게 등장한 것이 아니라 이미 학계에서는 토론토 대학의 배리 웰만 교수 등에 의해 논의되었고, 마이크로 블로깅이 확산되던 2007년 BBC는 ‘하이퍼 커넥티드 세대가 떠오른다‘라는 기사를 올렸다. BBC의 기사에서는 새로운 밀레니움 세대가 자이쿠나 트위터 같은 마이크로 블로깅과 새로운 모바일 디바이스 때문에 사람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수 많은 사람에게 연결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올해 2월 더 퓨 인터넷 앤 아메리칸 라이프 프로젝트는 밀레니움 세대가 하이퍼 커넥티드 생활에서 얻는 잇점과 문제점을 정리한 리포트를 발표한다. 이 리포트에서 밀레니움 세대는 인터넷을 ‘외부 뇌’ 처럼 활용하면서 그 윗 세대와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러한 경향은 2020년까지 매우 긍정적으로 발전할 것이지만 동시에 이들이 갖는 문제는 즉각적인 만족과 빠른 수정에 대해 갈증과 인내의 부족, 빠른 스윗칭에 의한 집중 부족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새로운 디지털 격차와 기기에 대한 심각한 중독성이다. 과거의 세대간 격차가 아닌 이젠 세내 내부의 격차, 단 10분도 연결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중독적 상황이 초 연결 사회에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이다. 특히 연결을 통해서 얻어지는 지식과 감성을 얻지 못하는 사람 중에 자발적이 아닌 환경과 교육의 문제로 배제되는 사람들을 사회가 어떻게 끌어 안을 것인가는 이제 국가적 과제가 될 것이다. 이미 유럽은 ‘e-Inclusion‘이라는 프로그램을 2000년대 부터 추진하기 시작해서 2010년 유럽을 위한 디지털 어젠다에 반영하였다.

하이퍼 커넥티드 사회가 이루어지면서 다음으로 나타나는 큰 변화의 흐름은 하이퍼 커뮤니케이션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도구가 아닌 새로운 상호작용 방식과 전달 체계, 미디어를 통한 초 커뮤니케이션 사회이다. 한 사람이 수십반 수백만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기기들의 정보가 사람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데이터를 전송하고, 새로운 방식의 공유와 확산이 만들어 내는 사회의 모습이다. 이미 기업은 기존의 웹페이지가 아닌 페이스북 페이지를 이용해 수천만 명의 팬과 소통하고 그 팬들 간의 대화가 기업간의 대화와 상호 엮여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ONY2012’ 같은 정치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유튜브 비디오가 4일만에 1억 시청을 달성하는 시대,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영어가 아닌데도 한 달 여만에 1억 2천만 뷰를 달성하는 사회는 과거에 없던 메시지와 콘텐트 전달 방식을 의미한다.

사람들은 이제 좀 더 깊고, 넓으면, 다양한 채널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정치 캠페인과 사회 운동에 있어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미국의 미디어 기업에 의해 추진되었던 SOPA(Stop Online Piracy Act)가 구글, 위키피디어, 페이스북 등을 통한 시민들의 저항으로 폐기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런 커뮤니케이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의 가속을 가져오면서 사람들에게 이제는 디지털 정체성이 본인의 실세계 정체성 못지 않게 중요하며, 오히려 디지털 정체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상황을 가져오기도 한다. ‘트윗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I Tweet, therefore I am)‘이라는 2010년 뉴욕타임즈 기사가 이제 전혀 흥미롭거나 낯선 얘기가 되지 않아진 것이다.

2011년 하버드 대학의 버크만 센터에서는 흥미로운 심포지움을 개최하였다. ‘Hyper-Public: A Symposium on Designing Privacy and Public Space in the Connected World‘이라는 이름을 걸고 열린 이 심포지움에는 미디어 전문가, 법학자, 디자이너, 건축가 등이 모여서 점점 확산되는 공공 공간 (실 세계 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도)과 프라이버시가 어떻게 새롭게 균형을 이루고 사회적 관념이 변화될 수 있는가, 어떠한 디자인이 이를 반영할 수 있는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의미의 변화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등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이 주제가 바로 하이퍼 커넥티드와 하이퍼 커뮤니케이션 사회가 발전하면서 가져올 새로운 정보 문화의 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이퍼 퍼블릭 사회는 우리의 연결과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발생하는 수 많은 데이터가 사적인 공간이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 노출되고 공유되고 활용되는 사회이다. 수많은 스마트 디바이스와 연결된 개인의 행동 데이터는 본인이 원하는 정도와 상관 없이 파악되고 분석되며, 때로는 보다 지능적 서비스를 통해서 더욱 품질좋고 만족스러운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러나 사람들이 얼마나 자신의 데이터가 활용되고 분석되는 것에 대해 동의했을까? 많은 유명인들이 소셜 공간에서 저지르는 실수 후에 ‘사적인 대화였을 뿐’이라고 언급할 때 우리는 과연 소셜 미디어 공간이 어디까지 사적이고 공적인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는 디자인과 매우 관련이 높다 (실제로 우리에게 프라이버시의 개념이 정착된 것은 집에 문이라는 장치가 생기면서라는 건축가의 주장도 있다). 작은 다이어리아와 일기 형태의 싸이월드, 그리고 일촌이라는 개념은 우리에게 온라인에서 간직하는 사적 공간의 느낌을 부여했으나 누구나 팔로우하고 누구나 쉽게 전달할 수 있는 트위터 공간에서는 그러한 느낌이 현저하게 줄었다. 페이스북 역시 끝없이 사적인 커뮤니케이션과 개방적 기능에 의한 노출, 확산의 문제를 일으킨다. 이제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라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다는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사적 공간과 공공 장소의 경계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이퍼 퍼블릭 사회의 이슈는 이제 과거 오프라인의 공간과 온라인 공간이 멀리 격리되어 있던 시절에서 두 공간의 간격이 급격히 좁아지는 현재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온라인 공간에서의 활동이 오프라인 경험에 영향을 주고, 오프라인 공간의 모습이 온라인에서 초 연결과 초 커뮤니케이션으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크게 확산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인터넷 자경주의 (우리에게는 ‘지하철 **녀’로 너무 많이 나타나고 있다)의 확산이 그 한 예이다.

프라이버시의 보호 못지 않게 중요한 주제는 공공 공간의 확산이고 이제 이런 공공 공간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네트워크화된 공공 공간은 하버드 버크만 센터의 요하이 뱅클러 (Yochai Benkler) 교수가 이미 그의 책 ‘네트워크 부론(he Wealth of Networks)’에서 많이 언급한 개념이고 주로 온라인 공간의 확대를 의미하였지만, 이제는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모습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길거리의 안내 보드, CCTV, 택시의 블랙 박스 등의 다양한 기기에 저장되고 공유되는 이미지와 영상, 그리고 나와 관련된 행동 데이터. 스마트폰에서 수집하고 활용하는 데이터 패턴, 누구나 찍어 올릴 수 있는 고화질 비디오의 시대에는 이제 공공 장소에서의 나의 개인 행동이 그 공간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를 통해 온라인 공간으로 확산되어지는 것을 사회가 어디까지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나아가서 온라인 활동이 오프라인 공간에 전달되고 사용되는 사회를 맞이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체크인 하고 예약하고 음식 사진 올린 것 패턴을 분석하여 새로 방문한 레스토랑에서 나의 특성과 취향을 파악하고 나에 대한 서비스 품질을 높힌다면 나는 즐거워 할 것인지 아니면 소름끼쳐 할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의 온라인 활동은 이제 모아지고 분석되어서 오프라인 공간을 디자인하거나 오프라인에서 활동하는 내 행동에 추가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방향으로 이용될 것이다. 내가 즐겨 듣는 음악을 분석하여 어떤 공간이 들어설 때 그러한 음악이 흘러나오게 한다면 우리가 그 장소에 대한 호감이 증가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제 서비스 개선의 차원이 아니라 내가 얼마까지 내 프라이버시를 포기하고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인가 하는 숙제를 우리에게 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사람과 기기, 조직과 연결되고 지금까지와 다른 범위와 규모로 소통하면서 프라이버시가 아닌 퍼블리시(Publicy)를 활용하는 시대를 맞이하면서 사회가 갖고 있는 제도와 정책, 가치관과 관념, 행동과 판단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필요할 수 있으며 이러한 변화에 순응하는 사람과 마찰을 일으키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서로 포용하면서 살아가게 할 것인가, 서로 다른 기준들을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하는 점은 이제 우리 사회에 매우 중요한 어젠다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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